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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상패장군, 또 패하다(常敗将軍、また敗れる)

작품 소개 https://booklogs.tistory.com/52

 

상패장군, 또 패하다(常敗将軍、また敗れる)

제11회 HJ문고 대상 <대상 수상> 원제 常敗将軍、また敗れる 저자 호조 신쿠로(北条新九郎) 일러스트 이토 소이치(伊藤宗一) 가격 本体619円+税 발매일 2018년 05월 01일 페이지 273쪽 레이블 HJ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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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소설에 대해 자기 나름의 정의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소설을 "있었을 법한 혹은 있을 만한 사실이나 사건을 흥미롭게 각색한 글"이라고 정해두었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지나치게 편애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 정의일 수도 있으나, 실제 많은 판타지 소설의 근간은 인간이 문명을 이룩한 이후에 수없이 반복해온 전란의 역사에 있다.

이 작품의 배경 역시 통일 제국이 멸망한 이후 전란의 시대를 맞이한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읽으면서도 혹시 저자가 중국의 춘추시대 역사나 관련 작품, 그리고 무협지도 좀 꽤나 읽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무협에서 가혹 볼 수 있는 고수들의 순위를 매기거나 전국 규모의 객잔이나 찻집에서 이뤄지는 일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단순히 난세를 헤쳐나가는 영웅 판타지라면 굳이 리뷰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라이트노벨 계열 전쟁 소설의 단점은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모든 사건이 주인공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형태라서 한두 권은 어떻게 넘기더라도 이후의 맥 빠지는 뻔한 전개로 흘러간다. 사실 전쟁에서 직접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수많은 전쟁사와 관련된 기록을 보더라도,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발생 가능한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할 수는 없다. 멀리 메소포타미아, 트로이, 춘추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좋은 예가 우리나라 역사에도 있다. 성웅 이순신의 치밀한 계획과 준비, 탁월한 지휘력을 갖추었음에도 불안정한 내정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어떠한가? 전 유럽을 휘몰아치던 나폴레옹 군대의 위용도 간밤에 내린 비는 어쩌지 못했다.
물론 대비나 계획, 전략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실제 전투는 예측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판이 나는 것 아닐까.

상패 장군의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패전처리 전문 용병이다. 전투에 졌다고 포기하지 않고 의뢰인의 요구에 최대한 만족하는 형태의 패전으로 이끌어나가는 전개가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한다. 전투의 결과가 바로 전쟁의 결과가 되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패전 이후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을 포착한 작가의 영리함에 감탄, 또 감탄.
게다가 필력도 나쁘지 않고, 매력적으로 설정한 주변 캐릭터로 라이트노벨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잘 챙겼다(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되네요).

새로운 관점의 전기를 찾고 있다면 꼭 읽어보아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