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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효율화

키보드 사용기

by 일본어 번역가 2024. 8. 24.

2016년 7월에 첫 번째 번역서가 출간되었고, 참 많은 키보드를 거쳐왔습니다.

당시 쓰던 컴퓨터는 3dsMax를 만지는 용도로 조립했던 터라 키보드의 비중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도매로 사면 5천 원도 안 되는 가장 저렴한 제품을 썼죠. 직접 조립을 했었고, cup, 그래픽카드, 모니터, 마우스를 제외하면 모두 최하 가격의 부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6번째였나, 7번째 책을 번역하다가 키보드가 맛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좀 뻑뻑한 정도였는데, ASDF키가 아예 먹통이 되더군요.
키보드와 함께 제 손목도 삐걱이기 시작해서 키보드에 투자 좀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구입한 마이크로 소프트의 인체 공학 어쩌고 하는 키보드였습니다. 
지금은 단종됐는지, 제품 사진도 찾아보기 어렵네요. 
손목 받침대도 포함되어 있었고, 문제없겠다고 안심하고 사용했습니다만...... 
이제는 손가락이 저리더라고요. 책 한 권을 번역하면서 수십만 번은 두드려야 되니까요.  

그러면서 기계식 키보드를 알아보고 키는 누르는 압력이 최대한 낮은 제품을 찾아보고 다녔습니다. 
일단 워낙 낯설기도 했고, 비싼 것들은 상당히 고가였던 시기였습니다.   

해커 K511 V2(적축)  

한참 기계식 키보드 찾아보다가 해커라는 메이커 홈페이지에서 반값 세일을 했었나 그래서 엄청 싸게 팔았습니다. 일단 사서 만져보다가 안 맞으면 버리지 하는 심정으로 바로 구입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카이 디지털 스피드 은축

스위치 압력으로 기준으로 찾아봤는데, 최하가 40이었습니다.  
부드럽고 키를 누른다는 느낌조차 없던 제품이라 왜 이름을 스피드 은축이라고 지었는지는 알겠더라고요. 다만 너무 느낌이 없으니까 생각보다 오타가 많이 나더라고요.
 

 

손목은 키보드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손가락은 괜찮아졌는데, 장시간 작업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손목이 아프잖아요.
손목 통증의 원인은 팔의 기울어진 방향과 반대로 손이 꺾이면서 손목 관절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의자와 책상의 높이, 손이 위로 들려서 꺾이지 않는 자세가 되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팔을 뻗어서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손이 위로 들려서 손목이 꺾이는지 확인해 보고 최대한 꺾이지 않게 조절하면 됩니다.
손목에 부담이 가지 않는 자세만 유지하면 어떤 키보드를 써도 상관이 없기는 합니다. 그래서 타이핑을 많이 치는 사람은 무조건 기계식 키보드를 쓰시는 편이 좋습니다.

경제적인 면으로도 키보드는 소모품이고 일정 주기로 교체가 필요합니다. 기계식을 사용하면 자주 치는 중간 열에 키의 스위치만 교체하면 키보드를 새로 살 필요가 없거든요.
아마 작가님들 유튜브나 블로그 글을 보시면 기계식 키보드 추천하시는 분들이 제법 많으실 겁니다. 다 이유가 있는 거죠.

듀가드 K330w - 61키 배열

지금 들고 다니는 키보드 사기 전에 키가 최대한 적은 제품을 찾아보다가 61키짜리 키보드를 샀습니다. 듀가드 K330w이라는 놈인데, 작기도 하고 무게도 가볍습니다.

 
위에 이미지처럼 데스크 소품 같은 녀석입니다.
키가 작으니까 펑션키 조합의 입력이 많다보니까, 문서 작업에 지장이 많더군요.
예를 들면, 물결 무늬 입력 방식이  FN+시프트+esc를 눌러야 합니다. 연습하면서 좀 빠르게 타이핑을 해봤는데, 조금 과정해서 피아노 치듯이 키를 2, 3개씩 현란하게 두드려야 되더라고요ㅎㅎㅎ.
게이밍 키보드처럼 맵핑을 하거나 별도의 주변기기가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냥은 좀 그랬습니다.

Keydous NJ80-AP - 80키 배열

다음에 구매한 제품인데, 지금 집에서 쓰는 키보드입니다.
 

오른쪽 구석에 동그랗게 생긴 부분이 볼륨 조절이 가능한 다이얼인데, 신기해서 구매를 했죠. 지금은 가격이 좀 내렸습니다만, 제 기준으로는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스위치 불량이 많아서 좀 짜증이 나더군요.

한 6개월 지나서 보니까 특이한 키나 다이얼 혹은 액정 붙어 있는 키보드가 중국에서 엄청 들어오더군요. 10만원이 안 넘는 제품 중에도 유튜브에서 소개를 많이 하고 그랬었죠. 어쨌든 집에서 작업할 때 주로 쓰는 녀석입니다.
볼륨 조절도 은근히 많이 쓰게 되네요.

소음 방지용 O링

휴대용으로 최종적으로 정착한 것이 지난 번에 소개했던 키크론에서 나온 K7이라는 제품입니다. 로우 프로파일이라고 해서 키 캡이 노트북처럼 낮은 형태입니다.
 
스위치만 바꾸고는 안심이 안 되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까 키 캡 내부에 끼우는 고무 재질의 O링이 있더군요.
위의 사진처럼 생겼는데, 스위치가 완전히 눌러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스위치가 완전히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딱 하는 소리가 나는 게 없어지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효과가 있는 정도는 아니고요. 조금 덜하다 정도예요. 근데 타건감이 부드러워집니다.
키보드를 여러 개 구매하고 만져보고 하니까 키보드에 왜 빠지는 지 알겠더라고요. 디자인 요소일 수도 있고, 키보드 혹은 스위치마다 다른 타이밍 하는 느낌도 있을 테고요.
근래에 디자인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키보드가 액토라는 회사에서 타자기 모양을 응용한 모델입니다.

 

아무튼 취미의 세계는 참 넓습니다. 키 캡도 참 다양한 것들이 많더군요.
다만 키 캡 하나가 저가형 키보다 한 대 값일 정도로 비싼 것도 많습니다.
저도 빠질 듯해서 빠르게 마음 잡고 눈을 돌렸답니다.